[Vol.169] 📔 예술가와 콜라보해 잡지의 격을 높인 보그

보그 커버에 담긴 명작들.

2024.06.28 Vol. 169

1984년 12월 보그를 장식한 앤디 워홀의 커버 아트. 그의 시그니처인 실크스크린 기법으로 모나코의 캐롤라인 공주(하노버의 공주)의 모습을 화려하고 대담한 색채로 표현해, 우아함과 동시에 팝아트 특유의 대중성을 담았다.
안녕하세요, 아램이에요! 🙋🏻‍♀️
요즘 같은 무더운 여름, 시원한 카페에서 잡지를 펼쳐보는 즐거움을 아는 분들이 많으실 텐데요. 특히 패션 잡지 보그(Vogue)는 한 세기 동안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잡지 중 하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트렌디한 스타일과 예술적인 커버가 특히 유명하죠. 보그는 1892년 창간된 이후로, 꾸준히 현대·동시대 예술가들과 교류하며 서로에게 영향을 주었어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보그의 표지는 유명 모델들이 카메라 앞에서 멋진 포즈를 취한 사진들로 장식된 것인데요, 오늘은 아티스트가 직접 참여한 한 점의 예술품같은 커버 아트들을 소개해드릴까 합니다. 화제에 올랐던 멋진 표지들을 함께 즐겨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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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르주 르파프 - 1927, 12월
Georges Lepape, ‘Le Mirior’, Cover for Vogue, published November 15, 1927. Photo Courtesy: Swann Auction Galleries.
1920년대에 활동한 프랑스의 일러스트레이터 겸 화가인 조르주 르파르(Georges Lepape, 1887~1971)가 그린 이 보그 커버 작품은 2016년 경매에서 $52,500(약 7천만원)에 낙찰되며 화제가 되었습니다. 원래 예상가는 $6,000에서 $9,000 정도였는데, 이 정도면 대박.. 아닐까요? 💸

조르주 르파프는 여성스러운 선과 대담한 색감, 그리고 마치 그래픽 디자인같은 독특한 스타일로 유명한데요, 바로 아르 누보(Art Nouveau)의 영향을 받았습니다. 동양적 모티브도 자주 사용해, 당시에 아주 독창적인 분위기를 자아냈어요. 특히, 전쟁의 혼란 속에서도 패션과 예술을 통해 희망과 아름다움을 전달하려는 노력이 그의 작품 분위기에서 스며 나와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줬습니다.

르파프는 보그의 첫 영국판 커버를 장식했고, 미국판에서도 오랫동안 활동했어요. 아예 보그를 출판하는 회사인 콘데 나스트(Condé Nast)에서 그를 스카웃하며 산하 잡지인 하퍼스 바자, 베니티 페어 등의 커버도 많이 그렸죠. 패션 매거진과의 인연을 시작으로 패션계에서도 큰 영향력을 발휘해, 랑방, 워스(Worth), 두세(Doucet) 등 유명 패션 하우스와도 협업하며 다양한 스케치를 남겼습니다.

살바도르 달리 - 1944, 4월
Cover art by Salvador Dalí, Vogue April 1, 1944
아시다시피 달리(1904~1989)는 기괴하고 환상적인 작품으로 유명해요. 그의 예술적 재능은 패션계에서도 빛을 발했습니다. 달리는 코코 샤넬과 친구였고, 패션 디자이너 엘사 스키아파렐리와 협업하며 자신의 키치한 디자인과 보석을 선보이기도 했죠. 특히, 보그와의 협업은 그의 다재다능함을 잘 보여줍니다.

보그는 총 4번 달리의 작품을 커버로 사용했는데요, 그 중 1944년 4월 1일에 발매된 커버 아트가 유명합니다. 이 호에서는 봄을 알리는 입체적인 글자들과 달리의 얼굴을 형상화한 새들이 날아다니며, 신비롭고 초현실적인 풍경이 그려졌어요. 이 커버는 당시에도 큰 화제를 모았고, 오늘날까지도 많은 이들에게 영감을 주고 있습니다. 🐦‍⬛

최근 릭 오웬스, 톰 브라운 등 패션계에서 다시 유행하는 18세기 스타일의 화려한 디테일은 마치 달리의 1944년 보그 커버를 떠올리게 해요. 역시, 달리는 언제나 시대를 앞서가는 예술가였던 것 같아요.

마르셀 뒤샹 - 1945, 7월
Vogue cover, July 1945 issue. The model with Marcel Duchamp’s The Bride Stripped Bare by her Bachelors, Even (The Large Glass), 1915-1923. Pinterest.
보그는 마르셀 뒤샹(1887~1968)의 <그녀의 독신자들에게 발가벗겨진 신부, 조차도(「큰 유리」)>를 커버에 출연시켰습니다. 이 작품은 뒤샹이 1915년부터 1923년까지 뉴욕에서 작업한 것으로, 무려 2.7미터 높이의 유리 패널 두 개로 구성된 독특한 작품이에요.
Marcel Duchamp, The Bride Stripped Bare by her Bachelors, Even (The Large Glass), 1915–23, reconstruction by Richard Hamilton 1965–6, lower panel remade 1985.
(줄여서) <큰 유리>는 "신부와 사랑을 나누고 싶어하는 아홉 남자들의 불가능한 욕망"을 주제로 한 작품입니다. 유리라는 매체를 통해 투명하고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내죠. 위쪽 패널에는 신부가 마치 신성한 존재처럼 하늘을 유영하듯 그려져 있고, 아래쪽 패널에는 아홉 명의 독신남들이 초코렛 분쇄기와 연결되어 옴짝달싹 못하는 있는 모습으로 담겨 있습니다. 고독한 쾌락을 이미지화했죠. 🪞

이 작품은 1926년 전시 운반 중 깨졌는데, 뒤샹은 이를 고치지 않고 균열을 그대로 살림으로써 시간의 흔적과 우연적 요소를 작품에 담았습니다. 투명한 유리 덕분에 작품은 전시하는 곳의 공간으로 확장되며 무한한 표현의 영역을 보여주기도 해요. 보그 커버에 담긴 <큰 유리>는 보는 이로 하여금 새로운 시각적 경험을 선사하며, 패션 잡지의 경계를 넓히는 역할을 했습니다.

존 커린 - 2017, 9월
John Currin, Vogue cover featuring Jennifer Lawrence, September 2017 issue. New York Times.
보그 창간 125주년을 기념해 탄생한 커버 아트. 바로 세계에서 가장 부자인 예술가, 존 커린(John Currin, 1962~)이 그린 제니퍼 로렌스입니다. 아, 일단 얼마나 부자냐구요? 그의 소속 갤러리인 가고시안 갤러리의 발표에 따르면 순자산이 무려 1조 8천억 원. 지금은 거의 2조원이 된다고 해요. 그가 엄청난 투자가냐구요? No…! 오로지 자신의 작품을 판매해 이룬 수익입니다. 🤑

‘포르노 초상화가’라는 타이틀을 가진 존 커린은 뉴욕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미국 화가로, 풍자적이고 도발적인 주제를 기술적으로 뛰어나게 그려내는 것으로 유명해요. 르네상스, 대중문화, 잡지, 현대 패션 모델 등 다양한 영감을 작품에 녹여내죠. 존 커린의 작품은 현대의 비너스상, 그러니까 현대에서 추구하는 여성상을 에로틱한 형태로 왜곡하거나 과장해서 그립니다. 그저 B급 감성으로 풍자하는 것이 아니라, 아카데미즘이 돋보이는 고전 회화와 현대의 감각을 절묘하게 결합한 매력이 있어요. 그의 작품이 경매에 오르기만 하면, 몇 십억~몇 백억을 호가하죠.

보그 커버 그림을 맡게 된 커린은 “이 유명한 잡지의 커버를 제작하는 상황에 조금 겁이 났다”고 뉴욕 타임즈에 말했지만, 결과물은 정말 우아하고 독특합니다. 헐리우드 여배우 제니퍼 로렌스가 마치 티치아노의 르네상스 초상화처럼 그려졌어요. 특히 빨강과 흰색이 어우러진 미우미우 퍼 모자와 고풍스러운 의상은 이를 더욱 부각시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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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간: 2024. 6. 28 (금) - 2024. 7. 4 (목)
발표: 2024. 7. 5 (금) | 개별 안내 (SMS/이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