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136] 😶 멍 때리는 순간의 아름다움

예술작품을 통해 발견하는 현재의 순간과 평온.

2023.09.15 Vol. 136

🙋🏻‍♀️ 안녕하세요, 아램이에요!
오랜만에 여러분께 다가가는 것 같네요. 최근에 제게는 예상치 못한 번아웃이 찾아왔고, 지난 주 아트레터를 발행하지 못한 시간도 있었습니다. 여전히 체력과 멘탈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지만, 이제 다시 여러분과 연결되어 특별한 작품들을 소개해 드릴 기회가 찾아와 기뻐요. 🙂

이번 아트레터에서는 우리의 일상에서 종종 무시되는 감정과 경험을 다룬 작품들을 살펴보고자 합니다. 이 작품들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혹은 "멍 때리는" 순간들을 예술적으로 담아냈습니다. 작품 속 인물들의 나른한 모습과 정적인 태도는 우리에게 다양한 감정을 일으키며, 때로는 함께 편안함을 느끼게 하면서 동시에 무력함을 떠올리게도 합니다.

우리 사회는 항상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성취와 활동을 추구하는 경향이 강조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오늘 소개할 작품들은 우리에게 쉼과 조용한 시간의 중요성을 상기시켜줘요. 때로는 멈추고, 생각하며, 아무것도 하지 않는 순간이 창작의 영감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 같습니다.

이번 아트레터를 통해 새로운 아름다움을 탐구하고, 그 안에서 에너지와 창의성을 발견해보세요.

귀스타브 쿠르베
Gustave Courbet, The Young Ladies on the Bank of the Seine, 1856, Musée du Petit Palais, Paris, France.
쿠르베의 이 작품은 살롱전에 전시되었을 때 논란을 일으켰습니다. 당시 프랑스는 시골 마을에서 도시인 파리로 상경한 젊은 여성들이 센 강변에서 휴일의 즐거움을 위해 돈을 지불할 남성들을 찾곤 했죠. 물론 사회에선 이러한 현실이 공개되는 것을 바라지 않았습니다. 쿠르베의 이 그림은 전통적인 여성상을 훼손했다며 구설에 올랐어요. 👰‍♀️

그림 속에서 우리는 소녀의 속치마를 볼 수 있으며, 소녀는 관객을 향해 뜨겁고 매혹적인 눈빛을 보내고 있습니다. 여기에 바닥에 내려둔 소녀의 손의 열기와 무게감이 느껴지는 관능적인 화풍이 더해져 뜨거운 상상(?)을 할 수 있는 분위기가 연출되었습니다. 남자의 모자가 들어 있는 물가에 정박된 배는 곧 다시 돌아올 남성의 존재를 의미하고 있습니다. 소녀들은 풍성한 나뭇잎과 수풀 속에서 온 몸을 드레스로 꽁꽁 감쌌지만 오히려 누드로 묘사한 것보다 더욱 섹슈얼리티가 느껴져요.

에두아르 마네
Edouard Manet, On the Beach, 1873, Musée d’Orsay, Paris, France.
마네는 1873년 프랑스 베흑끄(Berck-sur-Mer)에서 휴가를 보내면서 이 작품을 그렸습니다. 이 작품은 물감에 진짜 모래 알갱이가 섞여 있어 현장에서 그린 작품임을 알 수 있어요. 마네의 아내와 동생이 포즈를 취하고 있고, 극도로 차분한 장면이지만 마네가 그 순간을 포착하기 위해 사용한 활기찬 붓질이 생동감이 넘칩니다. 🖌️

고운 모래의 따뜻한 베이지 색을 바라보고 있으면 시간의 흐름이 느껴지고, 해안의 파도 또한 속도감이 느껴집니다. 바람을 가르며 힘차게 항해하는 배들이 있는 바다는 그림의 거의 맨 위까지 닿아 있습니다. 섬세한 회색 톤의 파리지앵 그레이와 몇 번의 붓질로 해변에 부서지는 파도의 거품을 표현한 마네의 능숙한 붓놀림이 돋보이는 최고의 작품입니다. 

장 프랑수아 밀레
Jean-François Millet, Noonday Rest, 1866, Museum of Fine Arts, Boston, MA, USA.
장 프랑수아 밀레는 부유한 농민 가정에서 태어나 좋은 교육을 받은 후 1833년 프랑스 쉘부르의 한 화가에게 견습생으로 취직했습니다. 1837년엔 파리로 이동해 유명한 역사 화가 폴 들라로슈의 제자가 되었어요. 그는 아카데미 화풍에 만족하지 않고 시골 풍경과 농촌 노동자를 중심으로 자신만의 스타일을 발전시켰습니다. 자연에서 직접 영감을 얻는 데 중점을 둔 바르비종파의 창시자 중 한 명인 밀레는 이러한 접근 방식을 풍경에서 인물로 확장했습니다. 밀레의 예술은 농민의 삶과 들판에서 일하는 장면을 중심으로 전개되었어요. 👨‍🌾

이 파스텔 그림은 에밀 가베가 의뢰한 컬렉션의 일부입니다. 초기에 한 두점씩 의뢰했다가, 이후에 90점의 작품 컬렉션이 될 정도로 규모가 커졌죠. 밀레는 컬렉션에서 농부의 삶을 이상화하며 신성하게 표현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한여름의 무더위 속 밭에서 일하는 농부의 극심한 피로를 명확하게 보여주는 균형을 주었습니다. 인물들은 그늘에서 아주 작은 휴식이라도 취하며, 얼굴을 가리고 피로에 지친 모습을 하고 있네요.

윤덕희
윤덕희, 산수인물첩, 물에 발 담그기 濯足(세족), 조선, 국립중앙박물관.
그림에서 정적이고 평온한 순간이 느껴지시나요? 윤두서의 아들, 윤덕희가 그린 이 작품은 한 노인이 바위에 걸터앉아 물에 발을 담그고 있는 모습을 담고 있습니다. 이 순간에 완전히 매료되어 빠져있는 것 같죠. 그의 행동은 마치 "탁족(濯足)"하는 선비처럼, 혼란스럽고 복잡한 세상을 피해 자연 속에서 휴식을 찾으려는 자세를 보여줍니다. 이러한 순간은 우리가 일상에서 종종 잊어버리는 소중한 순간 중 하나입니다. 🦶

윤덕희의 그림에서 우리는 세세한 표현을 통해 나이든 인물의 주름진 얼굴과 단 몇개의 선으로 힘이 빠진 다리를 느낄 수 있습니다. 이러한 세심한 관찰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순간의 아름다움을 더욱 극대화합니다. 그의 그림은 선염의 효과를 적절히 활용하여 달의 이미지를 부각시키며, 한밤중의 정경을 현실적으로 재현했습니다.

요제프 헤우몬스키
Józef Chełmoński, Indian Summer, 1875, The National Museum in Warsaw, Warsaw, Poland.
요제프 헤우몬스키는 폴란드의 사실주의 화가입니다. 이 그림도 쿠르베의 작품처럼 처음 전시되었을 때 소란을 일으켰어요. 대중은 이 그림이 국립 전시회에 전시 된 것에 몹시 화냈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바로 더러운 발을 가진 다소 자유분방해 보이는 여성이 가치있는 그림의 소재로 여겨지지 않았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아시다시피 취향은 변하고 이 작품은 이제 폴란드에서 가장 사랑받는 국민 그림 중 하나입니다.

소녀를 보세요. 그녀는 손에 있는 거미줄을 만지작거리며 휴식을 취하고, 들판에 드러 누워 있습니다. 순간에 완전히 매료되어 빠져있는 것 같죠. 과거나 미래에 대해 생각하지 않고 그저 휴식의 순간을 즐기고 있습니다. 그녀의 걱정은 보초를 서고 있는 강이지에게 맡기고요. 🕸️

작품 제목인 ‘인디언 서머’는 늦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기 직전 일주일 정도 따뜻한 날이 계속되는 북아메리카 대륙의 기상 현상을 말합니다. 절망 가운데에 뜻하지 않는 희망을 비유하기도 해요. 삶은 때로는 소녀의 더러운 발과 같이 누추하고 보잘 것 없어 보입니다. 하지만 그러한 순간들이 아름다움으로 펼쳐질 수 있으며, 그 속에서 휴식과 즐거움을 찾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이 작품은 상기시켜줍니다.

우리는 오늘 미래나 과거에 대한 고민에서 벗어나 현재의 순간을 감상하고 즐길 수 있다는 것을 배워봅니다. 우리 자신도 삶의 진정한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그 안에서 희망과 평화를 찾아보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예술로부터 영감을 받아, 우리의 일상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어 나가는 것을 잊지 말아요.


🧑‍🎨 아티스트 소개
민율 작가
나무의자, 41x31.8cm, oil on canvas, 2022 © 민율
민율(@mmminyul)은 현대사회에서 외로움과 풍요로움 사이의 깊은 고민을 그림을 통해 표현합니다. 그의 작품은 사람들이 풍요로운 삶 속에서도 외로움을 느끼는 이유를 탐구하고, 자아를 찾아가는 시간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그의 작품 <나무의자>는 외로움을 극복하고 마음을 쉴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합니다. 길가의 나무나 도심 공원, 산의 나무 위에 작은 의자를 놓고, 사람들에게 그곳에서 잠시 마음을 고요하게 할 수 있는 시간을 선물합니다. 이 작업은 간단한 의자와 자연을 통해 외로움을 극복하고 자기 자신과 소통하는 경험을 제공하며, 언제 어디서든 자신과 마주하는 시간의 소중함을 강조합니다. 🪑

민율 작가의 작품은 현대사회에서 소중한 순간들을 되새기고, 쉼과 여유를 찾는 데에 도움을 주며, 자아 발견과 내면의 평화를 추구하는 이들에게 큰 위로와 영감을 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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