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지 개인전 ‘Sliver’, 미학관서 파쇄된 종이로 이해와 오해의 틈을 바라보다

📅 2026.9.4(금) - 2026.9.27(일)

🏛️ 미학관

📍 서울시 서대문구 홍제내2나길 2, 2층

⏰ 13:00 - 18:00 / 월·화·공휴일 휴관

❓ 070-8648-0610


c4d9a3294d177.png


시각예술작가 이은지의 개인전 ‘Sliver’가 9월 27일까지 서울 서대문구 미학관에서 열린다. 파쇄한 종이를 다시 뭉치고 쌓아 만든 작업을 통해 우리가 대상을 보고 이름 붙이는 방식, 하나의 의미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살펴보는 전시다. 


이은지는 종이를 잘게 파쇄한 뒤 다시 결합해 바위와 구름, 동물 등을 떠올리게 하는 덩어리를 만든다. 멀리서는 하나의 견고한 형상처럼 보이지만 가까이에서는 잘게 찢긴 종이와 수많은 파편이 드러난다. 하나이면서 동시에 수많은 조각의 집합인 셈이다. 전시장에도 크기와 형태가 서로 다른 덩어리들이 놓이며, 일부는 바위처럼 묵직하게 보이고 일부는 속이 비치거나 가벼운 구조를 드러낸다. 


작업의 출발점에는 ‘본다’는 행위에 대한 질문이 있다. 사람은 흩어진 점과 선에서 익숙한 형상을 발견하고 구름의 윤곽에서 동물이나 얼굴을 떠올린다. 이은지는 이런 인식의 과정에서 개인의 기억과 경험, 이미 알고 있는 언어가 어떻게 개입하는지 살핀다. 종이라는 익숙한 재료가 바위나 구름처럼 읽히는 순간도 그 질문과 연결된다. 


전시명 ‘Sliver’는 ‘얇은 조각’ 또는 ‘파편’을 뜻한다. 동시에 철자와 소리가 비슷한 ‘Silver’와 쉽게 혼동되는 단어이기도 하다. 전시는 이 작은 어긋남을 이해와 오해가 발생하는 구조로 확장한다. 대상과 이름이 언제나 정확히 포개지는 것은 아니며, 서로 다른 감각과 경험이 겹쳐 우리가 공유하는 의미가 만들어진다는 점에 주목한다.


9월 17일 오후 6시부터 7시까지는 전시 연계 프로그램 ‘움직이는 시-돌과 구름 사이’가 진행된다. 전시는 이슬비가 기획하고 미학관이 주최·주관하며,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시각예술 창작주체의 후원을 받는다. 파쇄된 종이의 표면을 가까이 살펴보고, 멀어졌을 때 어떤 형상으로 다시 읽히는지 비교해보는 것도 ‘Sliver’를 보는 한 가지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