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면 남도 좋다"

"말하지도, 듣지도 않는 미술"

"사랑하면 보게 되는가"

각 에피소드의 제목만 보아도 호기심이 생긴다. 언론사 출신 작가답게 냉철하고도 웃음기 번지는 글들이 유려하다. 

1998년 출간 이래 '다시 또 이만큼 독자들에게 사랑받는 미술 서적이 나올 수 있을까' 의문을 자아내는 미술 교양서다. 스테디셀러인 <그림 아는 만큼 보인다>는 여러 번에 걸쳐 작품 도판을 보충하고 손에 잡히는 판형과 디자인으로 꾸밈새를 달리하며 개정되었다.

단편적인 '설명'이 아닌 작품의 안과 밖을 넘나드는 '이야기'로 독자들을 드넓은 그림의 세계로 안내하는 이 책은 1999년, 전문가가 선정한 '90년대의 책 100선'에 뽑히기도 했다. 감탄사로 이루어진 평론가의 해설이나 어려운 미술이론 대신 작가의 아이디어가 어떤 과정을 거쳐 작품으로 탄생했는지, 또 그 작가는 작품을 위해 어떤 곡절을 거쳤는지 가늠해보게 한다.

미술에 막 관심을 가진 입문자도, 공감능력이 뛰어난 미알못(미술을 알지 못하는 사람)도 도판을 오래도록 바라보며 감탄하게 될 것이다. 미술 좀 안다는 전문가들은 글쓴이의 화려하고 재치있는 문장에 빠지게 될 것. 후속편으로 <그림 보는 만큼 보인다>도 출간했지만, 형만한 아우 없다고 <그림 아는 만큼 보인다>때 만큼의 신선한 충격은 덜한 맛이 있다.

• <그림 아는 만큼 보인다> 손철주 | 오픈하우스 | 25,000원